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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권하는 사회" - 관심과 배려의 참된 의미

작성자
유종민
작성일
2003-08-26 22:18
조회
4341
이시대는 우리에게 자살을 권한다?

반 고흐, 헤밍웨이, 롬멜, 히틀러, 마릴린 먼로, 김광석, 장국영....

살았던 시대와 국적은 각기 다르지만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자살한 사람들입니다.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주인공 베르테르는 사랑을 얻지
못한 자신의 삶을 권총자살로 마감합니다. '
로미오와 줄리엣'을 포함한 수많은 문학작품에서 자살은 낭만적 죽음으로
미화됩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자살은 삶의 벼랑에 내몰려 어쩔 수 없이 내리는 충동적
결단인 경우가 많습니다.



8월 4일 정몽헌 현대 회장의 자살이 전국에 충격의 파장을 안겨 주었습니다. 한창 달콤한 여름휴가에 젖어 있던 직장인들은 한 기업 총수의 죽음이
가져다 주는 의미를 찾고자 삼삼오오 술집으로 향하기도 했습니다.

비단 정 회장의 자살 뿐만 아니라 최근 사회 전반적으로 자살률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카드 빚에 내몰려서, 성적을 비관하여, 다이어트에 실패해서,
취직에 실패한 만년 백수인 자신이 초라해져서 많은 사람들이 귀중한 자신의 삶에 스스로 마침표를 찍고 있습니다.


왜 자살하는가?

삶에 대한 무거운 부담이 죽음에 대한 공포를 깃털처럼 가볍게 만드는 오늘의 역설적 현실은 '진정한 서비스가 무엇일까'라는 근원적 의문을 제기하게
합니다.

빈센트 반 고흐는 자살하기 직전 동생에게 보낸 편지에 다음과 같이
썼습니다.
"우리들은 현실을 거역할 수도 없고 또 거기에 복종할 수도 없다. 병이 드는 것은 현실 때문이며 그 병은 치료되지 않는다."

여기서 우리는 하나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습니다.
다름 아닌 현실이 한 사람을 자살로 몰고 간다는 것입니다.
반 고흐는 자기 자신에게 시달렸다기보다는 현실에 시달린 것입니다.

슈나이드만의 조사에 따르면 위기 상황에서 자살을 시도하려는 사람들은
종종 삶과 죽음에 대해 양가감정을 가지고 있으며,
마지막 순간에 다른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도움 요청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수원시 자살예방센터 조준필(아주대 의대 교수) 센터장은
"자살자들은 충동을 느낄 때 본능적으로 도움을 받으려 하지만 이들의
고민을 들어줄 대상이나 지역사회의 도움이 매우 부족한 실정"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토마스 브로니쉬의 통계학적 분석은 자살에 관한 중요한 사실을 알려 주고
있습니다.
개인이 고립감을 느끼지 않는 종교공동체에서는 다른 집단에 비해 자살률이 현저히 낮으며, 구 소련의 경우 페레스트로이카 시대에 자살률이 급격히 떨어졌다고 합니다.
사회가 억압이 적고 공동체 안에 상호간 믿음과 신뢰가 살아 있을 때 자살이 감소함이 통계적으로 입증되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 자신의 옆 자리에 있는 동료가 말 못할 사연 때문에 걱정하지
않는다고 자신할 분이 얼마나 되시나요?
자살의 원인을 한 개인의 나약한 의지로만 돌리기에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자살 사건은 대화가 단절되고 상대방에게 무관심해지고 있는 현대사회의
병폐를 너무나 여실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서울대병원 심리학습평가실 신민섭 박사는 "현대인의 자살은 죽음을 원하는 경우보다 자신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절규(Cry for Help)가 많다"고
지적합니다.
신박사는 "가족과 사회가 따뜻하고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가느다란
연결고리만 쥐어 줘도 자살은 예방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저는 연결고리가 바로 남을 아끼고 그의 입장에서 세상을 이해해보려는
관심과 애정의 서비스마인드라고 생각합니다.


서로에게 따스한 관심과 배려를...

빙허 현진건의 소설 '술 권하는 사회'는 마지막 부분에서
"그 몹쓸 사회가 왜 술을 권하는고"라는 아내의 절망으로 막을 내립니다.
지금 이 순간 "우리 사회가 왜 자살을 권하는고"란 절규의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듯 합니다.
점차 중요한 사회적 코드가 되어 가는 자살이 나약한 인간이 택할 수 있는
'무기력한 도피'가 되지 않게 하려면 우리 모두의 따스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합니다.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고 남도 나와 같다라는 인식에서 출발하는 것이 서비스의 본질입니다.
서비스 산업이 극도로 발달했다는 21세기 현대사회에서 아이러니컬하게
자살률이 증가하는 것은 서비스의 기능에만 치중한 나머지 '
사람을 사랑하라'는 근본을 망각하고 있는 우리 자신에게 있다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자살은 개인적 선택의 문제이지만 '자살을 부르는 사회'에 대해선 생각해 볼 여지가 남습니다.
그들을 죽인 현실에 우리도 일정 부분 가담해 있기 때문입니다.

희망이 사라진 들녘에서 내일의 꽃은 피어나지 않습니다.
애정 어린 시선으로 꽃을 봐주고,
자신을 아끼는 마음으로 꽃에게 물을 주고 햇볕을 비쳐주려는 의지를 보일 때 꽃은 피어날 것입니다.


서비스아카데미 유종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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